퍼리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한 것 같아요.
“귀여워.”
“복실복실해 보여서 좋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금 무서운데?”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불편해.”
심지어는 퍼리 자체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도 존재하죠.
퍼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반응을 단순한 편견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실제로 퍼리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도 많아요.
하지만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돼요.
왜냐하면 퍼리 문화를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만들고 싶다면,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보다도 사람들이 왜 퍼리를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중에는 단순한 취향의 차이도 있고,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오해도 있으며, 퍼리 팬덤이 실제로 고민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도 존재해요.
1. 처음 보면 낯설 수 있다
퍼리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요.
사실 이런 캐릭터 자체는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예요.
옷을 입는 토끼, 말을 하는 여우, 직업을 가지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동물처럼 인간의 특징을 가진 동물 캐릭터는 오래전부터 동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퍼리 팬덤’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모습을 만나게 돼요.
자신만의 동물 캐릭터인 퍼소나를 만들기도 하고,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기도 하며, 실제 크기의 퍼슈트를 입기도 해요.
평소 이런 문화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꽤 이상한 모습일 수 있어요.
특히 인간의 몸과 동물의 얼굴이 섞인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런 첫 느낌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퍼리를 꼭 좋아해야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니까요!
2. 왜 어떤 퍼리는 귀엽고, 어떤 퍼리는 무서울까?
같은 퍼리 캐릭터를 보더라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더라구요.
둥근 눈과 단순한 얼굴을 가진 만화풍 동물 캐릭터에는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던 사람이, 실제 털과 사람 같은 눈을 가진 사실적인 캐릭터를 보면 갑자기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해요,
이런 현상을 생각할 때 참고할 만한 개념 중 하나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요.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는 로봇의 모습이 사람과 비슷해질수록 친밀감도 높아지다가, 거의 사람 같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는 순간 친밀감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이러한 구간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가로축: 인간과의 유사성 세로축: 친밀감 또는 호감도
단순한 로봇이나 만화 캐릭터처럼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한 대상은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쉽다고 해요.
하지만 눈, 피부, 표정이나 움직임 등이 매우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어긋나면 그 차이가 더 눈에 띄면서 이상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충분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지면 다시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불쾌한 골짜기의 원리에요.
주의: 이 그림은 ‘퍼리가 실제로 특정 지점에서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아니에요. 불쾌한 골짜기라는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예시거든요.
3. 그렇다면 퍼리도 불쾌한 골짜기 때문일까?
일부 경우에는 참고할 만한 설명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주 만화적인 여우 캐릭터를 생각해볼까요?
커다란 눈, 단순한 코, 과장된 표정처럼 처음부터 현실과 다르게 만들어져 있다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화 캐릭터’로 받아들여요.
그런데 실제 사람과 비슷한 체형에 실제 동물과 같은 털, 사람과 동물을 섞은 얼굴, 사실적인 눈과 치아가 함께 등장하면 상황이 조금 복잡해져요.
“사람 같은데 사람이 아니고, 동물 같은데 실제 동물도 아닌” 모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퍼슈트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생길 수 있어요.
캐릭터의 얼굴은 계속 웃고 있는데 몸의 움직임은 사람처럼 움직이거나, 눈은 크게 떠 있는데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면 사실 조금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모리가 불쾌한 골짜기를 설명하면서도 외형뿐 아니라 외형과 움직임 사이의 어긋남이 불쾌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점과 어느 정도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모든 사람이 퍼리를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불쾌한 골짜기 자체도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확정적인 공식은 아니며, 모리 자신도 처음부터 엄밀한 과학 법칙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어요.
따라서
“퍼리를 싫어하는 것은 불쾌한 골짜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일부 사람이 특정한 퍼리 디자인을 본능적으로 낯설게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개념 중 하나다.”
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이죠?
4. 인터넷에서는 가장 이상한 모습이 가장 멀리 퍼진다
퍼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는 인터넷 문화도 큰 영향을 줘요.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귀여운 퍼리 그림 한 장은 특별히 화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매우 기괴하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그림은 다르죠...
사람들이
“야, 이것 좀 봐.”
라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결국 평범한 작품보다는 극단적인 작품이 팬덤 바깥까지 훨씬 빠르게 퍼질 수 있어요.
퍼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런 콘텐츠를 처음 접했다면
“퍼리는 원래 이런 문화인가?”
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퍼리 창작의 범위는 훨씬 넓어요.
캐릭터 디자인, 그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3D 모델링, 의상 제작, 소설과 세계관 제작 등 아주 다양한 창작 활동이 존재하거든요.
인터넷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이 퍼리 팬덤 전체의 모습인 것은 아니에요!
5. 성인 콘텐츠보다 중요한 건 ‘선을 지키는 것’
여기서는 저희 퍼리 애호가들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돼요.
퍼리 팬덤에는 분명히 성인용 콘텐츠가 존재해요.
그런데 저는 성인용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성인이면 성인용 콘텐츠를 좋아할 수도 있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 콘텐츠를 어디까지 가져가느냐는 거예요!
이 문제를 보여주는 꽤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어요.
토니 더 타이거 (Tony the Tiger) 사건
2016년 1월, 켈로그의 시리얼 마스코트인 Tony the Tiger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일부 퍼리 이용자들이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 등을 반복적으로 보내면서 논란이 커진 적이 있어요.[3]
결국 Tony the Tiger 공식 계정은 가족 친화적인 공간을 유지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고, 이후 여러 퍼리 계정을 차단하면서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이 크게 화제가 됐어요.
물론 이 과정에서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평범한 퍼리 이용자까지 함께 차단됐다는 지적도 있었고, 켈로그의 대응을 두고도 여러 의견이 나왔어요.
하지만 저는 이 사건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Tony the Tiger는 어린이들도 쉽게 접하는 시리얼의 공식 마스코트였다는 거예요.
그 공식 계정 역시 퍼리들끼리 사용하는 성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기업의 공개적인 공간이었고요.
성인들이 자기들끼리 있는 공간에서 Tony the Tiger를 소재로 무슨 그림을 그리든, 그건 그들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일 수 있어요.
그런데 굳이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공식 계정까지 찾아가서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했을까요?
저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사건은 퍼리 팬덤 전체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줘요.
퍼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런 사건을 뉴스나 인터넷 밈으로 처음 접한다면,
“퍼리들은 원래 저런 사람들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물론 일부 사람들의 행동을 가지고 수많은 퍼리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팬덤 안에서 벌어진 잘못된 행동까지
“일부가 그런 건데 뭐.”
라면서 넘기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퍼리 팬덤의 성인 콘텐츠를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성인들이 자기들끼리 즐기는 공간과 어린이·일반 대중이 함께 있는 공간의 선을 지키자는 거예요.
자유에는 항상 다른 사람의 공간을 존중하는 것도 따라오니까요.
6. ‘오글거린다’거나 ‘보기 민망하다’는 반응도 있다
퍼리를 싫어하는 이유가 엄청 단순할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퍼소나를 만들어 자신을 캐릭터로 표현하는 문화 자체를 오글거린다고 느끼고요.
퍼슈트를 입고 캐릭터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민망하게 느끼는 사람도 당연히 존재할 수 있죠.
다만 이건 취향 차이예요.
제 친구들은 롤드컵도 좋아하고 프리미어리그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보는 게 별로 재미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보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면 나쁜 짓이잖아요!
그리고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걸 보면서 부끄럽거나 오글거린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아요.
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퍼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퍼리를 혐오하는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저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라는 것과
“저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다!”
이 두 문장은 아예 다른 거예요.
저는 퍼리를 싫어하는 것도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욕하진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건 엄청 다양하잖아요!
7. 일부 구성원의 행동도 팬덤의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어떤 공동체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존재해요!
당연히 퍼리 커뮤니티도 예외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과한 행동을 하거나, 상대가 불편해하는데도 캐릭터에 몰입한 행동을 계속하거나, 심지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못된 사람들도 있어요....
퍼슈트를 입고 일반 시민이나 어린이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외설적인 행동을 하는 것 역시 “퍼리 문화니까 괜찮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 행동을 지적받았을 때
“퍼리 문화가 원래 이런 건데?”
라고 넘겨버린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히려 더 강해질 거예요.
팬덤을 좋아하기 때문에 팬덤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을 옹호하는 건 정말 나쁜 짓이에요!
오히려 오래 사랑받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집단 내에서 스스로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해요.
8. 한 사람의 행동이 모든 퍼리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퍼리 팬덤은 하나의 조직이 아니에요.
이곳에는 보스도 없고,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퍼리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림만 좋아합니다.
누군가는 게임 속 동물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누군가는 퍼소나를 만들고,
누군가는 퍼슈트를 제작하고,
누군가는 행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한 퍼리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퍼리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행동을 비판하면 돼요.
아주 못된 한국 사람 1명을 보고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은 모두 못된 사람들이다!!”
라고 하면 억울하잖아요....
그렇기에 퍼리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친해지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에요.
좋아하는 문화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 글의 주제 같기도 한데요?
퍼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팬덤에 대한 비판은 불편하게 들릴 거예요.
하지만 모든 비판을 혐오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까지 이야기하기 어려워져요.
애초에 퍼리 팬덤은 커다란 만큼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서는 나쁜 사람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반대로 일부 문제를 보고 팬덤 전체를 이상한 사람들의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도 쬐끔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해라면 설명하고, 실제 문제라면 인정하고 고치는 것.
퍼리 문화를 무조건 감싸는 것도,
퍼리 문화를 무조건 공격하는 것도,
퍼리세카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닙니다.
퍼리세카이가 만들고 싶은 퍼리 문화
퍼리세카이는 퍼리 문화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불편한 이야기를 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퍼리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지”
부터 생각해보려고 해요.
단순한 취향의 차이라면 존중하면 돼요.
잘못 알려진 부분이라면 설명하면 되고요.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면 고쳐나가야 하죠.
특히 퍼리세카이는 어린이와 일반 대중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퍼리 문화를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생각해요.
제가 애기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했는데요.
그때부터 이상하게 기억에 남은 게 하나 있어요.
분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인데도 너무 무섭게 느껴지는 장면이나, 지금 생각하면 굳이 어린이가 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표현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퍼리세카이는 반대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어릴 때의 저처럼 겁 많은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세계요.”
자, 그럼 이제 슬슬 글을 끝내볼까요?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고,
게임을 즐기고,
상상 속 세계를 만드는 것.
퍼리 문화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것이 많아요.
모든 사람에게 퍼리를 좋아해달라고 할 필요는 없어요.
사람의 취향이 다른데 강요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퍼리를 보고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닌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것도 물론 괜찮아요.
하지만 처음에는 퍼리를 이상한 문화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조금 알아본 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네.”
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와 성인이 안전하게 각자의 공간에서 창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조금 더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
퍼리세카이는 그런 퍼리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