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퍼리를 처음 알게 된 뒤 조금 더 관심이 생기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요? “나도 내 캐릭터 하나 만들어볼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좋아하는 동물과 색을 골라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바꾸면서 내가 만들고 싶었던 모습을 천천히 찾아가면 됩니다.
먼저 생각해보기
캐릭터 하나를 같이 만들어볼까요?
어떤 동물로 만들지부터 시작해서 색깔도 골라보고, 성격과 이름도 붙여볼 거예요.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도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앞뒤 모습과 중요한 특징을 정리해봅니다.
만들기 전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냥 좋아하는 동물을 선택하고? 색깔을 정한 뒤에 이름까지 붙이면 끝 아니야? 쉽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고민할 게 많더라고요.
늑대로 할까, 여우로 할까? 난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어쩌지? 강아지도 너무 귀여워! 색깔은 몇 개를 써야 하지? 2개로 할까? 난 알록달록한 게 좋은데....? 내 성격이랑 비슷해야 하나? 근데 나와 달리 시끄러웠으면 좋겠는데.... 그림도 잘 못 그리는데 이걸 어떻게 만들지…? 열심히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 캐릭터랑 비슷하면 어떡하고?
근데 뭐,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요?
애초에 캐릭터 만드는 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동물을 골라보고, 마음에 드는 색도 칠해보고, 이것저것 붙여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내가 만들고 싶었던 모습이 조금씩 나오겠죠.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늑대 한 마리였는데, 그리다 보니까 갑자기 귀가 커질 수도 있고요? 꼬리에 없던 무늬가 생길 수도 있고,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바꿀 수도 있어요.
몇 달 뒤에 보면 처음 모습이랑 꽤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캐릭터 하나 만들어본다는 생각으로 같이 해볼게요. 어떤 동물로 만들지부터 시작해서 색깔도 골라보고, 성격이랑 이름도 붙여보고요.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도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한번 정리해보자고요!
퍼소나부터 만들어야 할까?
퍼리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퍼소나(Fursona)’라는 말이 꽤 자주 나오죠?
처음에는 “퍼소나가 그냥 퍼리 캐릭터를 말하는 건가?”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퍼소나는 간단히 말하면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퍼리 캐릭터예요.
한국에서 익숙한 말로는 ‘자캐’가 있겠네요. 영어로는 OC(Original Character)라고 부르고요.
다만 여기에는 차이가 있어요. 내가 만든 퍼리 캐릭터라고 전부 퍼소나는 아니거든요. 그중에서도 나를 표현하거나 대표하는 캐릭터를 퍼소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거예요. 퍼리 모습의 또 다른 나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현실의 나를 그대로 복사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실제 성격을 많이 넣어도 되고, “나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을 넣어도 돼요.
평소에는 조용한 사람이 엄청 시끄러운 토끼를 자기 퍼소나로 만들 수도 있고요? 겁이 많은 사람이 용감한 너구리를 만들어도 돼요.
현실의 나한테는 없는 모습이어도 한번 해보고 싶다면 퍼소나한테 넣어보는 거죠. 그런 게 또 만드는 재미잖아요?
반대로 나와 완전히 별개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만들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요. 다만 그런 캐릭터는 퍼소나보다는 아까 소개했던 자캐나 OC라고 부르는 쪽에 가깝겠죠?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건 완벽한 나의 퍼소나여야 해!” 하고 너무 머리 싸매지는 마세요.
일단 “내가 봤을 때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 만들어보자!” 정도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계속 그리다 보니 내 대표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캐릭터가 떠올라서 하나 더 만들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1. 먼저 종족을 골라보자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면 보통 어떤 동물로 만들지부터 고민하게 되죠.
늑대, 여우, 개, 고양이처럼 친숙한 동물도 있고, 토끼나 사슴, 호랑이, 하이에나, 너구리도 있어요. 드래곤이나 그리핀처럼 현실에 없는 생물을 고를 수도 있고요.
좋아하는 동물들의 특징을 섞어보는 방법도 있어요. 꼭 한 종류만 골라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날개 달린 고양이도 좋고요? 구미호처럼 꼬리가 여러 개인 강아지도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 경우에는 구미견이겠네요. 크크크....
고양이가 좋으면 고양이를, 카피바라가 좋으면 카피바라를 골라보세요. 굳이 남들이 안 쓰는 동물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어요. 같은 종족을 골랐다고 똑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귀의 형태, 체형, 털 색, 눈매, 꼬리, 무늬, 옷, 표정까지. 같은 동물을 놓고도 바꿔볼 부분은 많아요. 우리도 전부 사람인데 생긴 건 다 다르니까요!
어떤 동물이 좋은지 모르겠다면 내가 그리거나 보고 싶은 모습부터 떠올려보세요.
커다란 귀가 좋은가요? 풍성한 꼬리는요? 큰 발이 귀여울 수도 있고, 날개가 달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좋아하는 생김새에서 출발해도 돼요. 동물 이름부터 정하려고 할 때보다 오히려 고르기 편할 수도 있어요.
반대로 성격부터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활발하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면 여우나 토끼 같은 동물을 골라보고, 느긋하고 커다란 캐릭터가 좋다면 곰이나 대형견을 떠올려보는 식이에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느긋한 여우를 만들면 왜 안 되죠? 빠릿빠릿하고 날쌘 곰을 만들면 안 되나요? “여우는 반드시 이런 성격이어야 한다!” 누가 그렇게 정해놓은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동물을 골랐다고 성격까지 따라 정할 필요는 없어요.
2. 실루엣을 먼저 만들어보자
색부터 고르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전에 실루엣을 한번 봐주세요.
캐릭터를 전부 검은색 그림자로 칠해놓았다고 생각하면 돼요. 색과 무늬가 안 보여도 귀나 꼬리, 몸의 모양은 남아 있겠죠? 같은 늑대라도 귀가 아주 큰 늑대와 작은 늑대는 느낌이 달라요.
털뭉이도 늑대지만 귀가 매우 커서 거의 여우처럼 보이잖아요?
꼬리도 몸만큼 커다랗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고, 짧고 둥글게 만들 수도 있어요. 머리카락처럼 긴 털을 넣거나, 뺨의 털만 유난히 삐죽 나오게 해볼 수도 있겠네요. 몸이 마르고 길쭉한지, 작고 둥글둥글한지에 따라서도 인상이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무늬를 잔뜩 넣기보다는 귀, 얼굴, 몸, 꼬리만 봤을 때 마음에 드는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이런 모양은 캐릭터를 계속 사용할 때도 도움이 돼요. 작은 프로필 사진에서는 세세한 무늬가 잘 안 보여도 큰 귀나 꼬리는 알아보기 쉬우니까요. 다른 그림체로 그렸을 때도 남겨두고 싶은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고요.
3. 색을 골라보자
이제 색을 정해볼까요? 현실의 동물과 같은 색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요. 보라색 늑대도 좋고, 핑크 고양이나 분홍색 호랑이도 괜찮아요. 제 털뭉이도 보라색 늑대잖아요?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색을 마음껏 써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어디서부터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된 색 몇 가지를 먼저 정해보세요. 몸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본색 하나를 고르고, 배나 주둥이에 들어갈 보조색을 정하는 거예요. 그다음 눈이나 작은 장식에 강조색을 넣어보면 돼요.
색을 이렇게 나눠두면 디자인을 정리하기도 편하고, 나중에 직접 그릴 때도 덜 헷갈리겠죠. 패션도 비슷하지 않나요? 패션 유튜버들 보면 옷 입을 때도 색을 두세 가지 정도로 맞춰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캐릭터도 어디서부터 색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런 식으로 시작해보는 거예요.
다만 자신이 원래부터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걸 좋아한다면 당연히 무지개 퍼소나를 만들어도 좋겠죠?
4. 무늬는 캐릭터의 얼굴이 된다
기본적인 모양과 색을 정했다면 무늬를 넣어볼 차례예요. 눈 아래의 작은 점 하나, 한쪽 귀의 다른 색, 꼬리 끝의 줄무늬처럼 작은 특징도 눈에 들어올 수 있어요. 반대로 온몸에 화려한 무늬를 넣어도 되고요.
다만 이것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캐릭터를 앞으로 수십 번 그려도 이 무늬를 계속 그리고 싶을까?”
처음에는 무늬 넣는 게 재미있잖아요. 여기도 하나, 저기도 하나. 그러다 보면 줄무늬 열 개에 점도 스무 개, 왼쪽과 오른쪽도 전부 다른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 모습이 정말 좋다면 그대로 두면 돼요. 그런데 가볍게 낙서할 때마다 점을 몇 개 찍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면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겠죠?
5. 얼굴과 표정을 생각해보자
캐릭터를 보면 역시 얼굴에 눈이 먼저 가죠!
같은 종족과 색을 사용해도 눈매나 입 모양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요. 둥근 눈에 입꼬리가 올라가 있으면 밝고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가늘고 날카로운 눈매를 쓰면 조금 더 진지하거나 강한 인상을 만들 수도 있겠죠.
송곳니가 항상 살짝 보이게 하거나, 눈썹처럼 보이는 털 무늬를 넣어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평소 표정이 하나 정해졌다고 늘 그 얼굴만 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장난스러운 캐릭터도 화가 날 수 있고, 무뚝뚝한 캐릭터도 웃을 수 있잖아요?
어느 정도 얼굴을 만들었다면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놀란 얼굴도 그려보세요. 여러 표정을 지어보면 내가 생각한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기 좋아요. 그중에 유난히 마음에 드는 표정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털뭉이는 메렁하는 표정이에요.)
6. 특별한 특징 하나를 만들어보자
좋은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세상에 없던 모양을 새로 발명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작고 기억하기 쉬운 특징 하나부터 생각해보세요. 목에 항상 방울을 달고 있다거나, 한쪽 귀가 접혀 있다거나, 꼬리가 유난히 커다랄 수도 있어요. 아니면 날개를 달아주는 것도 재밌겠는데요?
이런 부분을 캐릭터의 상징처럼 써볼 수도 있어요! 캐릭터 전체를 그리지 않아도 방울 하나, 발바닥 하나, 귀 모양 하나만 보고 떠올릴 수 있게요.
디자인이 어느 정도 나왔다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캐릭터를 딱 하나의 특징으로 설명하면 뭐라고 할까?”
바로 떠오르는 게 있다면 그 부분을 더 살려봐도 좋겠죠.
7. 이제 성격을 만들어보자
어떻게 생겼는지 정했으니, 이제 어떤 캐릭터인지 생각해볼까요?
처음부터 소설 등장인물처럼 긴 설정을 쓰려면 막막할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작은 질문부터 해보세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편일까요? 아니면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할까요?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어떤 일은 정말 싫어할까요?
겁을 먹으면 도망갈까요, 아닌 척할까요? 친한 친구 앞에서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이런 걸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캐릭터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하기 쉬워져요. 한번 퍼리가 된 자신을 상상해보세요!
좋은 점만 넣을 필요는 없다
캐릭터에게 좋은 점을 많이 넣어주고 싶을 수도 있어요. 용감하고, 똑똑하고, 못하는 것도 없고!
그런데 사소한 단점이나 이상한 버릇 하나가 더 재미있을 때도 있잖아요? 엄청 용감한데 벌레만 보면 도망간다거나, 머리는 좋은데 길을 정말 못 찾는다거나. 평소에는 조용한데 게임만 시작하면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그렇다고 일부러 엄청난 비극이나 복잡한 과거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어요. 그저 매일매일 평범하게 살아가는 퍼소나도 저는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아, 다만 털뭉이는 어린 시절에 살짝 가난하게 살았답니다.... 밥을 굶진 않았지만 유치원생 땐 밥과 장아찌 반찬 하나만으로 살았거든요.... ㅠㅠ 그래도 굶진 않았으니까 이 정도면 되게 평탄하게 산 것 아닐까요? 훗.
좋아하는 음식 하나, 이상한 버릇 하나부터 정해봐도 캐릭터가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질 거예요.
8. 나와 얼마나 비슷해야 할까?
퍼소나를 만드는 분들이라면 특히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겠죠?
실제 내 성격을 거의 그대로 넣어도 되고, 마음에 드는 부분 몇 가지만 가져와도 됩니다. 현실에서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퍼소나는 누구에게나 먼저 말을 걸 수 있어요.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말버릇은 그대로 넣어줄 수도 있고요.
캐릭터는 주민등록증이 아니잖아요?
나를 100% 재현하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면 되고, 나와 180도 다른 모습을 담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요.
한번 정한 성격을 평생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달라질 수 있는데, 캐릭터만 처음 모습 그대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우선 마음이 가는 대로 골라보세요! 몇 년 뒤까지 갈 것도 없이, 몇 분 뒤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도 됩니다.
(참고로 털뭉이는 저를 100% 똑같이 만든 퍼소나예요.)
9. 이름을 지어보자
그리고 여기서 의외로 오래 걸리는 일이 하나 나오죠! 이름 짓기예요.
디자인은 하루 만에 만들었는데 이름은 몇 주째 못 정할 수도 있죠. 눈앞에 캐릭터는 있는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게임에서도 닉네임 정할 때 엄청 오래 걸리잖아요. ㅋㅋ 살짝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처음부터 엄청 특별한 이름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좋아하는 단어나 소리에서 시작해도 되고, 캐릭터의 색이나 성격과 관련된 말을 조금 바꿔봐도 돼요. 특별한 뜻은 없지만 발음이 마음에 드는 이름도 괜찮고요.
이름 후보가 생겼다면 글자로만 보지 말고 실제로 몇 번 불러보세요. 앞으로 이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계속 쓸 이름이잖아요. 직접 불렀을 때도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보는 거죠.
아 그리고 이름을 만들었는데 너무 길어서 부르기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땐 그냥 별명을 만드세요! 한국에선 대부분 이름이 3글자지만 이름이 긴 나라들은 사람들이 풀네임과 함께 별명들도 다 만들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긴 이름도 쉽게 쓸 수 있겠죠?
이 정도까지 했으면 마음에 드는 이름을 하나 만드셨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정말 마음에 안 든다면? 바꾸면 되죠! 사람도 개명하는데 퍼소나가 못할 게 어딨어요! ㅋㅋ
10. 설정은 어디까지 만들어야 할까?
캐릭터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세계관까지 만들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친구는 누구인지. 하나를 정하면 옆에 있는 것도 정하고 싶어지죠.
이렇게 설정을 만드는 게 재미있다면 계속 만들어도 돼요. 소설 한 권을 쓸 만큼 많아져도 좋고요. 다만 모든 캐릭터에게 그만큼의 설정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이름과 외형만 있어도 되고, 좋아하는 것 몇 개만 정해둬도 돼요. 설정이 적다고 캐릭터가 덜 만들어진 건 아니잖아요?
설정을 만드는 일이 나한테 재미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설정표에 빈칸이 있다는 이유로 억지로 채우고 있다면 잠깐 멈춰도 돼요. 캐릭터 만들다가 숙제하는 기분이 들 필요는 없잖아요!
사용하다가 궁금해지거나 필요해졌을 때 하나씩 덧붙여도 괜찮아요. 히히.
11. 옷과 소품을 만들어보자
퍼리 캐릭터라고 해서 항상 털만 보여야 하는 건 아니에요. 티셔츠나 후드티를 입혀도 되고, 교복이나 정장도 좋아요. 군복도 재밌겠는데요?
안경이나 가방, 모자, 목걸이 같은 작은 소품도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어요. 만약 마음에 든다면 그걸 캐릭터의 상징처럼 써도 되고요.
다만 맨몸 디자인 하나는 꼭 저장해 두는 게 좋아요.
매일 똑같은 옷만 입혀주면 좀 질릴 수도 있는데 그 몸에 매번 옷만 갈아입혀주면 훨씬 편하니까요!
12. 앞·뒤 모습을 확인해보자
앞모습이 마음에 들게 나왔나요? 그러면 뒤쪽도 한번 봐야겠죠!
앞에서 보이는 얼굴과 배는 열심히 정했는데, 막상 뒷모습을 그리려고 하면 모르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어요.
- 꼬리는 어디에서 시작하지?
- 등에도 무늬가 있나?
- 귀 뒤쪽은 무슨 색이지?
- 발바닥은?
다른 사람이 뒷모습을 그려주려고 하는데 나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면 난감하잖아요?
그래서 캐릭터를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면 앞모습과 뒷모습 정도는 한번 정해두는 게 좋겠죠? 처음부터 멋진 설정화를 만들 필요는 없어요. 종이에 간단하게 그려놓고, 잘 표현되지 않는 부분은 글로 적어도 돼요.
여기서는 예쁜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 나 자신도 헷갈리지 않게 남겨두는 것부터 생각해주세요.
13. 레퍼런스 시트란?
앞·뒤 모습과 색, 중요한 특징을 모아 정리하면 레퍼런스 시트로 만들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캐릭터의 외형 설명서겠네요!
한 장에 모습을 정리해두면 그림을 의뢰하거나 여러 사람이 같은 캐릭터를 그릴 때 보여주기 편합니다. 매번 귀부터 꼬리까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때는 캐릭터의 특징이나 외형이 확실하게 잘 보여야 해요. 배경을 너무 예쁘게 꾸미거나 장식을 잔뜩 넣어서 퍼소나가 가려진다면, 결국 제일 중요한 걸 가리는 거잖아요!!
이 캐릭터를 처음 보는 사람도 어떤 모습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14. 그림을 못 그리면 캐릭터를 못 만들까?
그건 아니에요!
여기까지 계속 그려보라고 했지만, 그림을 잘 그려야만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머릿속에 원하는 모습은 있는데 손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럴 때는 아주 간단하게 위치만 표시하고 글을 적어보세요.
- “여기는 흰색.”
- “꼬리 끝은 파란색.”
- “왼쪽 귀에 점 하나.”
이렇게 남겨두면 내가 원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데 쓸 수 있어요. 나중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때도 보여줄 수 있겠죠.
다른 사람이 공개한 캐릭터 제작 도구나 베이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사용하기 전에는 제작자가 어디까지 허용했는지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그림을 내가 직접 그린 것처럼 소개해서는 안 되겠죠. 내가 만든 부분과 다른 사람이 만든 부분은 구분해서 말해주세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작업을 내 것처럼 말하는 게 더 문제니까요.
15. 다른 캐릭터와 비슷하면 어떡하지?
캐릭터를 만들고 다른 그림을 구경하다 보면 “어? 나랑 비슷한 파란 늑대가 이미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같은 동물을 고르거나 비슷한 색을 썼다는 것만으로 같은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닙니다. 누가 먼저 늑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다른 사람은 늑대를 못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특정 캐릭터의 독특한 무늬나 장식, 전체적인 조합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는 있어요.
다른 캐릭터를 참고할 때는 내가 그 캐릭터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세요.
- “나는 큰 귀가 좋구나.”
- “나는 파스텔색이 마음에 드는구나.”
- “목에 소품이 달려 있는 게 귀엽네.”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보는 거예요. 그러면 그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 만들지 않고도 내 취향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볼 수 있겠죠. 완성된 캐릭터 하나를 통째로 옮겨오기보다는, 구경하면서 발견한 내 취향을 가져와보세요.
16. 처음 만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다
이건 꼭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 만든 디자인이 최종 디자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몇 번 그려보니 귀가 더 컸으면 좋겠고, 너무 복잡한 무늬는 없애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좋았던 색이 나중에는 별로일 수도 있고요. 그러면 고치면 돼요!
디자인을 바꿨다고 처음에 실패한 건 아니잖아요? 그려보고 사용해봤으니 전에는 몰랐던 부분이 보이는 거죠.
“나는 이쪽 모양을 더 좋아하는구나.”
그걸 알게 됐다면 바꿔보면 되는 거예요.
오랫동안 쓰는 캐릭터도 처음 모습과 지금 모습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귀를 고치고, 색을 바꾸고, 무늬를 다듬으면서 점점 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17. 완벽한 설정표보다 실제로 한번 사용해보자
누구나 퍼소나를 만들면서 이런 상황에 빠질 수도 있어요. 종족을 고르고, 색을 정하고, 이름 후보를 스무 개 적고, 세계관까지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런데 정작 캐릭터는 한 번도 제대로 그려보지 않은 거예요.
아직 정할 게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계속 미뤄지고 있다면, 이쯤에서 한번 사용해보세요. 가볍게 낙서해도 좋고, 프로필 사진처럼 얼굴만 그려봐도 돼요. 다른 표정을 만들어보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겠죠.
그러다 보면 설정표만 보고 있을 때는 몰랐던 게 보일 수 있어요.
- “이 무늬 매번 그리기 너무 힘든데?”
- “생각보다 이 색 조합이 마음에 안 드네.”
- “얘는 이런 표정이 더 잘 어울리는구나.”
그러면 그때 발견한 부분을 다시 고치면 되죠! 다 정한 다음에야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직접 써봐야 정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가장 간단한 순서
한꺼번에 보니 생각할 게 많죠? 처음에는 아래 정도만 정해봐도 좋아요.
- 생김새
- 좋아하는 종족, 귀와 꼬리의 특징, 기억에 남길 특징 하나.
- 색
- 기본색과 보조색, 눈 색.
- 이름과 성격
- 이름, 성격을 표현하는 단어 몇 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나씩.
- 기록
- 앞모습과 뒷모습.
여기까지 정했다면 캐릭터 하나를 시작할 준비는 된 거예요. 나머지는 그려보고 사용하면서 천천히 채워도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보다 보면 내 캐릭터가 너무 평범해 보일 때도 있을 거예요. 그림도 멋지고, 세계관도 자세하고, 한눈에 알아볼 만큼 독특한 디자인도 있죠. 그런 걸 보고 나면 괜히 내 캐릭터에도 뭔가 더 넣어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게 단순한 모습이라면 굳이 복잡하게 바꿔야 할까요?
좋아하는 동물에 마음에 드는 색을 칠하고, 이름 하나를 붙였는데 그 모습이 좋다면 거기서 시작해도 괜찮아요.
계속 그려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고치고, 새로운 이야기도 붙여보세요. 처음에는 평범해 보였던 캐릭터도 그렇게 함께한 게 쌓이면 나한테 특별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가이드의 마지막에는 ‘완성하기’라는 단계를 따로 넣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정한 모습이 끝일 필요는 없잖아요?
오늘은 꼬리까지만 만들어놓고 끝내도 되고, 다음 달에 갑자기 귀를 두 배로 키워도 돼요.
몇 년 뒤에 옛날 그림 보고 “아니 얘 예전에는 왜 이렇게 생겼어 ㅋㅋㅋ 완전 이상하게 생겼어!!”라고 하면서 분명히 엄청 웃을걸요? 근데 그것도 나름 재밌잖아요! 다 추억이라구요, 그런 것도!
그러니까 아직 아무것도 못 정했다면 일단 하나만 골라보세요.
어떤 동물을 좋아하나요?
저는 늑대였어요.
여러분은요?
